십이국기/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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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는 십이국기의 세계관과 십이국에 대해 다루는 문서다.

십이국은 산해경(山海経)[1]에 등장하는 신선이나 요마(妖魔)가 존재하는 세계로 문화나 정치형태 등은 고대 중국, 특히 주()와 유사한 모습이다. 절대적인 왕정체제지만 이 왕위는 형제나 부자 세습이 아니라, 각 국의 신수(神獣)인 기린(麒麟)이 천의(天意)에 따라 왕을 선별하는 체제이다. 왕이나 관리는 선적(仙籍)에 들어 신선으로 취급되며 불로장수를 누린다. 왕과 기린,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하늘의 뜻이란 무엇인지가 이 작품 전체의 주제다.

창세 신화

본디 세계는 아홉개의 주(九州)와 네 이민족(四夷)의 세력이 얽혀 있는, 지금의 십삼주(十三州)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구주사이(九州四夷)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도 부조리하고 무질서한 것이었기에 천제가 타일렀지만 누구도 행실을 고치지 않고, 무익한 피를 흘리는 전란의 시대만을 되풀이 하였다. 천제는 그런 세계를 눈 뜨고 볼 수 없어 세계의 모든 것을 한 번 멸한 후 재창조하기로 하였다.

천제가 새로운 세계에 준 것은 다섯 신과 열 둘의 사람으로, 나머지는 전부 알로 되돌렸다. 그리고 세계의 중앙에 다섯개의 산을 만들고 그 주변을 황해라 하여 다섯 신을 용신으로 하여 오산(五山)을 지키도록 하였다. 열 두명의 사람에게는 뱀이 휘감고 있는 세 개의 열매[2]가 달린 가지를 건냈다. 뱀이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하늘을 지탱하고 세 개의 열매는 떨어져 각각 토지와 나라와 옥좌가 되었고, 가지는 붓이 되었다.

이 창세 신화의 해석으로 뱀은 태강, 토지는 호적, 국가는 법률, 옥좌는 인도, 붓은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취급되고 있다.

기본 설정

천제와 천의

천제(天帝)는 이전의 세계를 멸하고 지금의 세계를 만든 존재로, 모든 것을 천강(天綱)에 정했다 여겨지는 최고위 신이다. 천의가 천제의 뜻이라 하여 하늘 그 자체라 보고 하늘이라 불리기도 한다. 천의가 천제의 뜻이라 하는 이들은 기린이 왕을 선정하는 것이 천제의 뜻이라며 세계를 다스리고 있다고 여긴다.

여선(女仙)들을 총괄하며, 십이국 어느 나라도 아닌 하늘에 속하는 벽하현군 교쿠요(碧霞玄君 玉葉)의 말에 의하면 모든 것은 이치가 있고 난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하늘도 또한 조리의 망 속에 있다고 한다. 이치는 아무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에 시비를 따져도 소용없는 것이라 한다.

반면, 천제나 천의가 실제로 있는 것인지 불신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옥경(玉京)에 있는 천제가 한 차례도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다, 왕의 선정과 실도(失道) 외의 실생활에 천의가 관여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 세계 사람들의 삶이 하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으로, 하늘은 아무리 어려운 자나 나라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으며 나라든 사람이든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가야 한다.

기린에게 선정되어 천제를 대신하여 나라를 통치하는 인물이다. 왕으로 선택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해당 나라에 존재하는 리목(里木)의 난과(卵果)일 것, 선왕과 같은 성씨가 아닐 것으로 태과(胎果)니 반수(半獣)니 성별이니 하는 요건은 왕이 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백성 누구나가 왕이 될 수 있는 요건은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해당 국가의 백성 중 기린이 왕기(王気)를 느낀 자가 왕이 되는데 왕기란 어떤 표식 같은 것이 아니라 기린이 느끼는 강한 직감에 가까운 것으로, 왕기가 무엇인지 몰라도 기린은 절대로 왕을 잘못 고를 수 없다고 한다.

기린에게 선택된 이는 모두 명군이나 현군의 자질이 있는 이들이지만, 실상은 단명하는 왕들이 많고 오랜 기간 나라를 통치하는 명군이나 현군으로 거듭나는 왕은 적다. 기린에 의해 민의와 천의가 구현되고 거기에 천제의 의사가 개입되었다고 여겨지지만 모반 등으로 왕이 위기에 빠졌어도 하늘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경우는 없는 것이 첫째 이유요, 왕의 통치에는 세 가지 고비라고도 불리는 전환점이 있는 것이 둘째 이유다. 이 시점을 버텨내고도 기린을 실도시키는 왕이 있기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이들도 이 세 시점 중 어딘가에서 불안정했다고 귀책되는 편이다. 왕이 넘어야 하는 세 가지 고비란 다음과 같다.

  • 첫 번째는 통치를 시작한지 1년 전후부터 10년 정도 되는 시점이다. 이 사이에 실무에 능한 관료진을 편성해내고 그들을 능히 통솔해내야 한다. 이를 행하지 못한다면 국가 통치의 근본과 기개를 잃는다.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다면 대게 30~50년은 왕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한다.
  • 두 번째는 보통 인간의 수명이 다할 나이를 전후한 시점이다. 불로장생의 삶을 살고 있음에도 나이를 헤아려 수명이 끝났다고 생각해 삶의 욕구를 잃는 것이다. 하계의 지인들이 죽거나 죽어가는 시점이라 자신만이 남겨진 기분이 되어 회의가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불로장생의 삶을 사는 관리들도 이 부근에 태반이 그 업무를 그만두고 선적에서 제외되기를 청한다고 한다. 하지만 왕은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어렵기에, 이 시점에 회의를 느낀 자는 하늘에 끝을 맡기고 무모한 통치를 행하기도 한다. 이 시점을 넘길 수 있다면 왕조의 수명은 상당히 오래간다고 한다.
  • 세 번째는 통치한 시점에서 300년 쯤 흐른 뒤로, 이 시점이 어째서 위험한 것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이 시점에서 왕으로서 영원히 일국을 통치해야 하는 일의 중압감에 정신이 견디지 못하고 한계가 오는 것은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여기에서 왕조가 무너질 때에는 비참한 결말을 맞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군으로 숭배받던 왕이 돌연 폭군이 되어 백성을 학살하고 국토를 황폐화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왕으로 선정되면 여러 의식을 치뤄야 하는데, 이러한 의식을 치뤄내지 않아도 기린이 복례(伏礼)하여 서약을 한 시점에서 하늘은 그를 보통 사람이 아닌 왕으로 인식하게 된다. 왕이 된 자는 자동으로 호적에서 제외되어 이미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없다. 마음에 드는 자를 비나 부군으로 임명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과 리목에 띠를 매어도 난과는 생기지 않는다.

왕으로 선정되면 관례에 따라 기린과의 서약[3]을 나눈다. 그리고 천칙(天勅)을 받기 위해 봉산(蓬山)으로 향한다. 칙명을 받는 날까지 단주궁(丹桂宮)에 머물며 길일이 되면 운제궁(雲梯宮)으로 가 층계를 오른다. 층계를 오를 때 뇌리에 천강이 울린다. 층계는 봉산의 정상에 있는 사당까지 계속되는데, 왕과 기린은 사당에 다다라 천제와 서왕모(西王母)의 상()을 향해 사당에 분향(焼香)하고 '도리를 지키고 덕을 베풀 것'을 맹세한다. 그 뒤 현무(玄武)를 타고 운해(雲海)를 건너 왕궁으로 향한다. 하계에서 현무의 자취는 구름으로 보이는데, 이를 서운(瑞雲)이라 하며 백성들은 길조라 취급하고 새로운 왕이 탄생한 것을 기뻐한다. 왕이 탄생하면 해당 국가의 백치(白雉)가 즉위라 울며, 봉()은 타국의 왕에게 어느 나라에 새로 왕이 섰는지를 알린다. 서운이나 백치의 울음, 봉의 알림이 없는데 왕이 섰다고 들으면 위왕(偽王)이라 의심을 사고, 실제로도 그렇다. 왕이 죽은 경우에는 백치가 붕어(崩御)라 울며, 황()이 타국의 왕에게 어느 나라의 왕이 죽었는지 알린다.

왕이 기린이 실도할 정도의 실정을 저지르지 않고 옥좌를 지키는 것만으로 천재지변이나 요마의 습격이 줄어든다. 따라서 옥좌를 지켜내는 것이 왕의 가장 기본적인 직무이다. 하지만 명군이 되기 위해서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이 아닌 국정운영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왕이 나라의 정치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은 관료들이 작성하고 왕은 그것을 재가할 뿐이다. 왕은 스스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운영지침을 제시하고 나라를 운영하는 관료들의 지휘와 감독을 그 역할로 한다.

용어

지리

기후

법령

형벌

관제

민생

교육

십이국

주석

  1. 중국 선진(先秦) 시대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신화집의 성격을 띄고 있는 인문지리지다. 신화, 지리지라고 해도 전설이나 상상의 생물도 실려있어 기서(奇書)로 분류된다.
  2. 속설로는 복숭아라 한다.
  3. 기린은 이 문구를 여선들에게 배운다.